비 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명수
은비는 언어에 있어서 제대로 된 단어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이런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 나름대로 아이에게 맞는 언어 치료라도 해주고 싶어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에 동참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문장 구사 능력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호칭에 있어서도 ‘아빠’를 ‘아따’ 라고 부를 만큼 발음 구사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대체로 ‘ㅁ’, ‘ㅂ’, ‘ㅍ’ 등의 입술을 부딪쳐 내는 발음이 아이에게서 전혀 발음되지 않았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엄마’의 경우도 ‘어따’처럼 입술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쉽게 발음할 수 있는 형태로 부르곤 했다.
반면에 이런 표현언어에 비해선 비교적 말을 많이 알아듣는 것 같아서 놀란 적이 많았다. ‘팔 올려’나 ‘발 들 ’와 같은 간단한 지시 사항을 따라서 했고, 한 두 번 본 사람도 기억하고는 먼저 아는 채 할 때도 꽤 있었다.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나갈 때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런 아이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인사였다.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는 경우에도 아픈 부위에 손을 갖다 대거나 혹은 우리의 손을 붙잡고 직접 아픈 부위를 가리키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곤 했다. 비록 자신이 원하지 않거나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항에 대해선 반응이 더뎠지만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기민하게 반응을 보였다. 흔히들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수용언어나 표현언어 모두에서 다 떨어진다고 하는데 은비의 경우에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수용 언어의 기능이 뛰어나 보일 만큼 특이함을 보였다. 때문에 문제 행동이 많았던 은비는 행동수정을 시킬 경우에 그 방법이 일관적이고 아이를 제압할 수 있었을 때는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지금도 언어 구사에 있어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나름대로의 언어를 가지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곤 한다. 수다쟁이로 불릴 만큼 말도 꽤 많은 편인데 전엔 마치 ET처럼 우주어로 얘기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즈음은 그것이 바로 엔젤만의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